성역을 만들지 말라

 예전에 비정상 회담에서 "혐오 표현도 표현의 자유인가" 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습니다. 대다수의 패널들이 표현의 자유에도 제한이 있다고 한 반면에 제 기억으로 타일러 만이 유일하게 표현의 자유에 제한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. 타일러는 "표현의 자유는 케이크를 잘라 한 조각만 취하는 것처럼 부분만 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." 라고 이유를 댔습니다.

저도 타일러의 주장에 동의합니다.

그 이유는 표현의 자유의 본뜻은 "비판에 대해 성역을 만들지 말라"이기 때문입니다.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 정해지는 순간 표현의 자유는 파괴되는 것입니다.

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는 표현의 자유일까요?

중국에서 '표현의 자유 보장함. 단 공산당 비판 금지'

종교에서 '표현의 자유 보장함. 단 신과 종교는 비판 금지'


인간의 존엄성이나 자유, 평등과 같은 기본권, 인간의 생명, 명예와 같은 것들은 표현의 자유가 침범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.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고정관념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겠습니까? 살인과 절도, 방화, 기물파손이 악이라는 것이 고정관념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겠습니까? 

지금껏 타파해왔던 수많은 고정관념들은 타파 되기 전까지만 해도 상식이었으며 심지어 많은 경우 인간에게 해로웠습니다. 고정관념은 타파 되기 전까지 사로잡혀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. 그래서 그 어떤 상식적인 가치조차도 성역이 되어서는 안되는 겁니다.

심지어는 비판과 비난을 나누면서 비판은 해도 되지만 비난은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엄밀하지 않습니다.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는 기준은 고정관념이 아니라는 걸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. 


다만 누군가 어떤 말을 했다면 그 말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건 다른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입니다. 누군가 살인을 옹호한다면 그것이 사회에 끼칠 해악이나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면서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습니다. 다만 말도 못 꺼내게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.

모든 생각은 공론의 장에서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비판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. 그게 아무리 쓰레기같은 생각일지라도 말입니다. 

현재 우리 사회의 규율들은 비판을 통과하여 받아들여진 것들입니다. 하지만 언제든 다시 공론의 장이라는 비판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. 그것을 막아선 안됩니다.


성역을 만들지 말라.

뉴스를 볼 때, 유튜브를 볼 때, 댓글을 읽을 때 혹시나 누군가 성역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감시해야합니다. 누군가 비판해선 안되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면 그 자야 말로 민주주의의 적이고 시민의 적입니다.

댓글

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

인생 관찰

4. 2차 방정식